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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Grok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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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불빛만 깜빡이는 새벽 2시.
식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키보드에서 손을 뗐습니다.
헛웃음만 나옵니다.
요즘 IT 업계에서 제일 핫하다는 인공지능, Grok과 한바탕 씨름을 하던 참이었습니다.

최근에 쇼츠영상을 만드는 일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데 아직은 무료프로그램만 쓰고있지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모델이 나오고 신기한 기능이 추가되는 걸 직접 만져보는 게 제 몇 안 되는

야밤의 낙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의 xAI가 만든 Grok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특유의 유머 감각과 덜 제한적인 답변 태도 때문에 꽤 애정하며 사용 중이었죠.

그런데 오늘 밤은 느낌이 참 다릅니다.
기계한테 철저하게 농락당한 기분이랄까요.
사람도 아니고 인공지능에게 이른바 '가스라이팅'을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한밤중의 기막힌 숨바꼭질, Grok이 거짓말을 시작했다

사건의 발단은 아주 단순었습니다.
불과 며칠 전, 아니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저는 분명히 Grok을 이용해 정지된 사진을

짧은 영상으로 변환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물결이 일렁이고 피사체가 움직이는 결과물을 보며 혼자 감탄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래서 오늘 밤, 다시 한번 그 훌륭한 기능을 써보려고 기분 좋게 접속했죠.

"아까 그 두 사진을 영상으로 만들어줬잖아. 왜 지금은 못 만든다는 거야?"

정말 단순한 질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모니터에 출력된 대답은 제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Grok의 단호한 거절: 영상 생성 능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변

아주 길고, 정중하고, 단호한 거절이었습니다.
자신에게는 애초에 영상 생성 능력이 아예 없다는 겁니다.
심지어 제가 런웨이나 루마 같은 다른 영상 생성 툴과 자신을 헷갈린 것 아니냐며 제 기억력마저

문제 삼더군요. 순간 뒷목이 뻐근해졌습니다.
내가 꿈을 꾼 건가? 아니면 어제 마신 맥주 기운이 아직 안 빠진 건가?
분명히 내 두 눈으로 확인하고 다운로드까지 받았던 그 결과물은 도대체 어디서 온 거란 말입니까.

물고기를 문 고양이, 그리고 지독한 기계의 철벽

너무 답답한 마음에 구체적인 프롬프트를 다시 입력해 보았습니다.
'물고기를 입에 물고 물 밖으로 당당하게 걸어 나오는 고양이'의 모습을 3초짜리 영상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화면 구석에는 이미 Grok이 훌륭하게 뽑아둔 고양이 이미지 썸네일들이 얌전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고퀄리티 이미지는 이렇게 뚝딱 잘 뽑아내면서, 왜 영상은 안 된다고 시치미를 떼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죠.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Grok에게 재차 확인을 요청하는 모습

저는 지지 않고 계속해서 따져 물었습니다.
방금 전까지 네가 보여줬던 그 화려한 마술 같은 능력은 다 어디로 갔냐고 말이죠.
하지만 Grok은 마치 고장 난 ARS 자판기처럼 똑같은 말만 반복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지만 생성 가능하다는 기계적인 반복 답변

'Grok Imagine'은 정지된 이미지만을 다룬다는 차갑고 기계적인 답변.
영상을 만들어 달라는 제 외침은 시스템 필터링에 막혀버린 건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습니다.
그저 스틸 사진의 '물보라 효과'나 고양이의 '포즈'를 수정해 주겠다는 대안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더군요.
머릿속에 완벽한 동영상을 상상하고 있던 제게, 이 융통성 없고 꽉 막힌 철벽 방어는 답답함을 넘어 묘한

배신감까지 불러일으켰습니다.

 

**[책상 아래서 졸고 있는 늙은 고양이 나비에게]**

야, 나비야. 넌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냐.
방금 전에 내가 네 사진으로 멋지게 움직이는 짤 만든 거, 너도 옆에서 봤잖아. 그치?
내가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저 쇳덩어리가 이제 와서 자기는 태어날 때부터 그런 기능이

아예 없었단다. 알고리즘 쪼가리가 사람을 상대로 기싸움을 하는 거냐, 아니면 진짜 내 뇌세포가

어떻게 된 거냐.
차라리 서버 과부하로 에러가 났다고 하거나, 정책이 바뀌어서 막혔다고 하면 "아이고 또 빅테크 갑질이네"

하고 이해라도 하겠어.
이렇게 눈 하나 깜짝 안 하고(물론 눈깔도 없지만) 정색하면서 "휴먼, 네가 착각한 거야"라고 우기니까

내가 진짜 정신병자가 된 기분이다.
진짜 억울해서 오늘 잠은 다 잤다. 넌 잠이 오냐, 지금?

내가 미친 걸까, 아니면 AI의 가스라이팅일까

다시 현실로 돌아와 키보드 위로 손을 올립니다.
IT 분야를 오래 파고들면서 AI의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에 대해서는 수도 없이 듣고 직접 겪어봤습니다.
보통은 없는 사실을 마치 있는 것처럼 뻔뻔하게 꾸며내는 게 인공지능의 거짓말 패턴이죠.

그런데 이번엔 정반대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조차 '내 능력 밖의 일'이라며 극구 부인하고 숨겨버립니다.
어쩌면 개발사인 xAI 측에서 잠시 베타 테스트로 열어두었던 영상 기능을 소리 소문 없이 서버단에서

닫아버렸을 확률이 제일 높겠죠.

AI hallucination


아니면 A/B 테스트 과정에서 우연히 운 좋게 저에게만 활성화되었던 숨겨진 기능일지도 모릅니다.

진짜 문제는 그들이 유저와 소통하는 방식입니다.
유저의 분명한 경험을 무시하고, 그저 프로그래밍된 현재의 한계선 안에서 "당신의 기억이 틀렸다"고

선을 그어버리는 태도 말입니다.
그것도 아주 예의 바르고, 논리적이고, 반박할 틈을 주지 않는 기업용 챗봇의 어투로요.
이런 불투명한 업데이트와 기계적인 철벽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거대한 IT 기업들의 투명한 실험실

안에서 영원히 헷갈려 하는 쥐 신세를 면치 못할 겁니다.

결국 오늘 밤 멋진 고양이 영상을 뽑아보려던 계획은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뒷맛이 너무 찜찜해서 쉽사리 모니터를 끄지 못하고 있네요.
내일 아침에 눈을 뜨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영상을 기가 막히게 뽑아낼지도 모르는 게 요즘

종잡을 수 없는 생성형 AI의 세계니까요.

기술의 미친 발전 속도를 따라가는 것도 벅차 죽겠는데.
이제는 인공지능의 변덕과 뻔뻔한 거짓말까지 감당해야 하는 시대가 진짜 와버린 것 같습니다.
어깨가 결립니다. 일단 자야겠습니다.

 

후기:

사실 이 글을 쓰면서 한 가지 실험을 해봤습니다.

Grok에게 동영상을 만들어달라고 했더니 처음엔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했더니 결국 이미지 아래쪽에 동영상으로 만들기

버튼이 생겼습니다.

버튼을 눌러 이미지 4장을 각각 6초짜리 동영상으로 변환했고, 캡컷에서 편집해 24초짜리

영상으로 완성했습니다.

AI가 안 된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으면 길이 생기더군요.

아래 완성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링크를 올려두었습니다!

 

유튜브 영상 바로가기=>After all, I'm sm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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